
게임 잘하는 인턴 선생이 꼭 필요했던 수술
더 이상 뇌 수술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뇌 수술하는 의사라고 하면 힘들고 무서운 수술을 하는 의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뇌 수술을 받으면 얼마나 아플까 걱정하시는 분들 또한 많다. 그런데 의외로 뇌 수술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신체 부위에 비해 더 아프지는 않은 것 같다. 그것은 뇌 자체에서는 통증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뇌가 아니라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막이나 주위 근육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지 뇌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뇌의 각 부위마다 담당하는 기능이 있다. 예를 들면 운동, 감각, 언어, 시각 등등. 각 기능을 하는 부위를 그리면 그것을 brain mapping, 뇌지도 만들기라고 한다. 뇌에서 그런 중요 기능을 직접 담당하는 영역을 eloquent area, 중요 영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중요 영역의 대강의 위치는 알 수 있지만, 아주 정확한 위치는 뇌를 열어서 그 부위를 직접 자극해 보는 수밖에 없다. 뇌혈관 기형이나 뇌종양 등이 이런 중요 영역 근처에 있으면 선뜻 수술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병변은 잘 제거했는데 정작 환자는 말을 한마디 못한다든지,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면 그 수술은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brain mapping을 하면서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다. brain mapping을 하려면 환자가 깨어있고 대화를 하며 간단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머리를 열어서 뇌를 자극해야 하는데 환자는 깨어있어야 한다. 그런 수술을 awake surgery, 각성 수술이라고 한다. 뇌 수술을 하는데 환자가 깨어있을 수 있는가? 가능하다. 서두에 말했다시피 뇌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두개골 주위를 둘러싸는 근육만 마취가 되면, 머리를 열 수 있고 뇌 수술을 해도 아프지 않다.
Awake surgery는 이렇게 진행된다. 머리 주위 근육이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감각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를 꼼꼼히 국소 마취 및 신경 차단을 한다. 이렇게 되면 일단 아프지는 않지만 환자가 공포감을 느낄 수 있어서 언제든 깰 수 있을 정도로 수면 마취를 한다. 피부 절개 후 근육 박리하고 두개골 노출시킨다. 드릴로 구멍을 내고 톱질을 해서 두개골을 제거한다. 쉬운 말로 뚜껑을 연다. 뇌막을 열어야 하는데 뇌막은 통증을 느낀다. 그래도 수면 마취가 되어 있으니 환자가 견딜만하다. 뇌막을 자르면 뇌가 노출된다. 그러고는 환자를 깨운다. brain mapping을 하려면 환자와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뇌 표면에 간단한 기구를 붙이고 자극하고 병변 주위의 뇌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밝혀내고 뇌종양 같은 병변을 잘라내도 기능에 문제가 없을지 판단하게 된다. 그다음엔 환자를 완전히 재워서 병변을 제거하고 두개골 및 근육, 피부를 닫으면 수술 끝.
전공의 시절, 뇌전증이 해결되지 않아 awake surgery로 발작 유발하는 뇌의 일부를 제거해야 하는 환자가 있었다. 20대였는데 사회에 일찍 진출해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었다. 병변이 뇌의 언어 기능 주위에 있어서 수술 중에 계속 대화를 하며 진행해야 했다. 교수님이 수술을 하시고 나는 어시스트 하면서 끊임없이 환자와 대화해야 했다. 환자가 주로 하는 이야기는 부동산이었다. 20대 전공의 시절이다 보니 부동산에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런데 환자는 계속 나에게 부동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니 대화가 자꾸 중단되었고 그럴 때마다 불호령이 떨어졌다. 교수님은 계속 대화를 하라는데 잘 안되니 대화 주제를 바꿔봤다. 그랬더니 이제는 환자가 게임 이야기를 한다. 나는 게임을 잘 모른다. 그 흔한 스타크래프트도 안 해봤다. 그렇다고 공부만 해서 그런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난감하다. 대화는 해야 하고 수술 어시스트도 해야 하고... 도저히 안돼서 게임 좋아하는 인턴을 호출했다. 인턴 선생과 환자의 대화가 아주 순조롭다. 그래서인지 수술도 속도가 난다. 다행히 병변과 언어 중추의 경계가 잘 그려져서 병변을 제거하고 환자가 말도 아무 문제 없이 잘 해서 이제 수면 마취로 들어갔다. 그다음엔 일사천리로 뼈, 근육, 피부를 닫았다. 수술의 일등공신은 인턴 선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