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젠에스신경외과

리젠에스신경외과 워드마크 로고
  • 병원소식
  • 자주 묻는 질문
  • SNS 채널
  • 오시는 길
  • 건강 포스트
  • 의료진
  • 클리닉
  • 갤러리
  • 리젠에스만의 특별한 의료장비를 소개합니다.


건강 포스트

건강 포스트

  1. 건강 포스트
피드 이미지

장군님 지금 이러시면 곤란해요

by 조성윤 원장2024.01.30

한국 남자 의사들에게 군대는 4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 번째, 면제. 두 번째, 의사가 되기 전 사병으로 군대 가는 경우. 이 경우는 드물었는데 요즘은 사병의 군 복무 기간이 짧고 군의관, 공보의는 3년이니 점점 사병으로 많이 가는 추세다. 세 번째, 군의관. 이 경우가 가장 흔하다. 네 번째, 공중보건의사. 보건소나 공공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의사다. 줄여서 공보의라고 부르는데,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해의 TO나 신검 등급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군의관이냐 공보의냐가 결정된다.

​

나는 공보의 출신이다. 첫해는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면 보건지소에서 일했다. 둘째, 셋째 해는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서 일했다. 혈액원은 국가에서 위탁받은 혈액사업을 하는 곳이다. 쉽게 말해 헌혈 받고 그 혈액을 수혈할 수 있는 제품의 형태로 만들어 공급하는 기관이다. 혈액원에서 내가 주로 하는 일은 헌혈부작용자 관리였다. 헌혈 부작용 중에서 압도적으로 빈도가 높은 것은 미주신경 반응이다. 미주신경 반응이란 헌혈하는 동안 심리적 긴장 등의 이유로 오심, 식은땀, 어지러움, 혈압 저하, 심할 때는 실신을 유발하는 부작용이다. 주로 심리적 긴장도가 높고 덩치가 작은 여고생들에게 가장 흔히 나타난다. 대부분 저절로 회복되기 때문에 의사가 할 일도 별로 없고 능숙한 혈액원 간호사들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헌혈자 입장에서는 매우 놀랄만한 일이라 간호사보다는 의사가 직접 나서야 좀 더 안심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혈액원 공보의 시절 나의 주요 임무는 미주신경 반응이 생긴 헌혈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이었다.

​

혈액원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은 군인이다. 내가 근무했던 혈액원은 타 지역에 비해 군인이 많지 않아 헌혈자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직접 헌혈 버스가 출동해서 헌혈을 받는 일이 많았지만, 헌혈 참여율이 군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래서 혈액원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은 군인이다. 어렵게 관내 군부대에 협조를 구하고 헌혈 일정을 잡았다. 최근에 부임해온 3성 장군 사단장님이 혈액원 원장님과 친분이 있어서 이번에는 특히 기대가 컸다. 중요한 행사라서 혈액원 원장님을 모시고 나도 군부대에 같이 출동했다. 친분이 있어서인지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사단장실에 가서 차도 한잔 얻어마시고 헌혈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장군님은 그야말로 장군감이었다. 체격이 나보다 더 크고 아주 단단하게 생겨서 멀리서 봐도 돋보였다.

​

담소를 나누는 동안 부대 내에 방송이 헌혈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병사들이 도열하고 장군님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사단장인 내가 먼저 헌혈을 할 테니 우리 사단이 나서서 헌혈을 많이 하자는 내용이었다. 요약하자면 나를 따르라! 공언한 대로 장군님이 팔을 걷어붙이고 헌혈 버스 침대에 가장 먼저 누웠다. 체격이 워낙 좋으셔서 침대가 꽉 찼다. 헌혈을 위해 굵은 바늘이 들어가고 혈액백에 혈액이 차기 시작했다. 그런데 장군님의 안색이 좀 이상하다. 처음에는 농담도 하시더니 말이 없다. 얼굴이 조금 창백한 것 같다. 설마설마했는데 식은땀도 살짝... 혈압을 재니 시작할 때보다 20 정도 떨어졌다. 미주신경성 반응이다. 장군님 지금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해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미주신경성 반응이라니요. 저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내가 판단해야 한다.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 장군님이 헌혈에 실패하는 게 알려지면 오늘의 실적은 보나 마나이고, 장군님의 위신도 곤두박질...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군님께는 헌혈이 끝났다고 말씀드리고 서비스로 수액을 드리겠다고 했다. 미주신경 반응이 심할 때는 수액 요법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혈액을 빼던 바늘을 통해 빠르게 수액을 공급하면서 은근 슬쩍 다리도 좀 올리니 안색도 좋아지고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혹시나 해서 좀 더 누워계시라고 하고는 다른 장교들부터 무사히 헌혈이 진행되었다. 장군님도 30분쯤 누워계시다가 사단장 실로 복귀했다. 나도 했으니 사병들 모두 헌혈하라는 당부와 함께... 그날 헌혈 실적은 역대 최고였다. 사단장이 나섰으니 그럴 수밖에

​

장군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헌혈하지 마세요. 이상 내가 경험한 최고위층 헌혈자의 미주신경 반응 후기 끝.